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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져 스포츠/자전거

2013 란도너스 서울 브레베 200K (2013.04.06)

1. 출발

자전거 관련 정보를 기웃대다가 모르는 사람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란도너스'라는 단어를 듣고 바로 검색 고고. 200km~1,000km 정도의 코스를 달리는 대회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http://www.korea-randonneurs.org/index.htm 참고

우선 가장 가까운 대회인 서울 200, 300, 400 대회를 신청하고 첫 대회인 서울 200 브레베를 두근대는 맘으로 기다린다. 기쁨과 흥분과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 이 기분 직접 느껴본 사람만 알 것이다. ㅋ

<서울 200K 브레베 코스. 반포-남한산성-분원리-양평-가평-청평&대성리-덕소-반포>

대회 전날 급 약속으로 술을 마시게 되고 (술은 3잔 밖에 안 마심) 새벽 1:30 귀가 2:00에 잠들고 4:00에 일어나 정신없이 준비를 한다. 얼른 세수만 하고 미리 적어둔 리스트를 보면서 짐을 챙기고 옷을 입고 튜브에 바람을 넣고 준비완료. 아 가장 중요한 체중 경량화. 마라톤이든 자전거든 대회 전에는 체중 경량화가 제일 중요한 준비. 아침에 경량화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출발지에 도착해 장비 점검을 받는다. 앞뒤 라이트와 반사조끼, 발목밴드는 필수>

만나기로 했던 거의 정시간에 도착!!! (5시에 만나기로 했고 5:30 도착했다). 어둡고 춥다... 바람은 세지 않지만 비가 계속 내린다. 덜덜 떨면서 카톡을 봤는데 평소같지 않게 뭐가 이리 할 얘기가 많은지. 5시에 보기로 했는데 왜 4시부터... 그냥 출발하는거다. 출발하기 전까지는 상황이 어떨지 모른다. 출발 안 할거면 전날 밤새 놀았지. 안 출발하면 쪽팔린거다. 암튼 추위에 한시간넘게 기둘린 담에 6:50 쯤 출발~

2. 진짜 출발

코스는 구글맵으로 저장된 경로와 gpx 파일 형태의 gps 경로 파일이 있지만 구글맵 앱으로는 저장된 경로를 불러올 수 없고 gpx경로를 실시간 내 위치를 따라가면서 보여주는 앱을 못 찾았다. 답이 없다 ㅜㅜ 아는 길은 대충 아는 대로 가던 중 다른 일행을 만나 따라감. 비가와서 춥다. 고글에 빗방울이 방울방울 맺힌다. 바람막이를 입어도 빗물이 온기를 뽑아간다. 가장 추운 부분은 비바람이 매쉬형태의 가죽을 뚫고 들어오는 발 끝. 동상이 걸릴 것 같다. 겨울에는 자전거를 안 타서 슈즈커버를 안 샀는데 크게 후회된다. 

이러저러 평지길을 끝내고 경사가 시작되는 남한산성입구에서 초코바와 물을 먹는다. 시간 맞춰 급히 나오느라 아침 탄수화물 섭취도 생략했더니 매우 허기지다. 초코바를 하나 먹고 꾸역꾸역 남한산을 오른다. 

<남한산성까지 3.2km - 네이버 로드맵 캡쳐>

전에 버스타고 왔을때는 무지 가파른 느낌이었다. 비가 왔지만 언덕에는 물이 고이지 않아 특별히 힘들진 않다. 경사가 급하던 완만하던 그저 꾸역꾸역 오를뿐이다.


<실제로는 무지 가파른 언덕인데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가파르게 보이는지...>

<출발할때 다른 사람들 아소스, 라파 입고 와서 '와 부럽다' 했는데 옷 꼬라지를 보니 그 사람들 하나도 안 부럽다.
비올때 비싼 옷 입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음>

<업힐 후 표준 포즈 - 빗물에 미끄러워 한 손 들기 시도 안 함>

<이 사진은 그나마 가파라 보인다>

아무리 높은 산 이라도 자동차가 올라가는 일반 도로는 자전거로 다 올라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냥 남산보다 두배, 세배, 네배 긴 코스일뿐 특별할 거 없다. 지금까지 화천 평화의댐 넘어가는 언덕이 젤 힘들었다. 북한산 도선사 도전해봐야겠다.


<남한산성 마을 입구에서 내 식당 인증샷>

3. 긴급 방한 대책

힘들지만 쉬니까 너무 춥다. 쉼 없이 달린다. 추워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발가락 동상걸릴 것 같아 하산 후 동네 점빵에서 잠시 쉬며 동상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

<1단계 : 뽀삐 + 파라오 콜라보레이션 양말을 디자인하다.>

<2단계 : 최고의 방수 방풍 까만 비닐봉지를 신는다>

<3단계 : 방수방풍용품 위에 젖은 양말을 신어도 무방하다>

<나는 여분의 양말을 준비해서 뽀송한 양말을 신고 그 위에 비닐 신고 신발을 신었다.
안전을 위해 비져나온 비닐은 쫄바지 안쪽으로 넣는다.> 

4. 불명예 마무리

조금 더 가다가 앞 바퀴가 펑크 났다. 장거리 대회 나올때마다 앞 바퀴가 펑크난다. 짜증나서 바퀴를 버리고 싶지만 여기는 교통 수단이 없어 펑크 땜빵을 한다. 하지만 펑크난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 새 튜브를 꺼내 바람을 넣었다. 젠장 ㅇㄹ니ㅏ러ㅣㅏ넝리ㅏ너라ㅣ 니기너리미. 새 튜브도 바람이 샌다. 튜브 두 개를 버리고 추위와 사투를 벌인다. 

<널부러져있는 타이어와 집 잃은 바퀴의 모습이 주인의 초최한 모습과 닮았구나>

자전거를 안 타니 드럽게 춥다. 다행히 발가락은 얼어붙을 것 같지는 않다. 까만비니루의 효과. 가격대비 성능비 최대.

30여분 정도를 추위와 사투를 벌이다가 맘씨좋은 버스 운전기사님에게 걸려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귀가한다. 아... 따뜻하다... 행복하다... 이렇게 좋은 탈 것을 놔두고... 비바람 부는 날씨에... 자전거가 왠 말이냐... 너무 행복하다... 웃음이 나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 결국 40km도 못 가고 대회 종료. 비오고 흙탕물 튀기며 업힐을 오르니 엉덩이가 많이 쓸린다. 비오는날 완주는 포기하자.
    지도 어플, GPS 트래킹 어플은 유용하지 못하다. 지도 어플은 경로를 보여주지 못하고, GPX tracker는 지도가 실시간으로 내 위치를 따라오지 않음, MotionX-GPS 어플은 좋다. (아이폰 기준)
    장거리라 가방을 메는 것도 부담이다. 악천후가 아니라면 등짐은 메지 말자.
    에너지젤과 물500 정도만 챙기고 다른 음식은 길가의 편의점에서 해결하자. 
    비오는 날은 아소스, 라파 입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