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새벽에 일어나 짐을 싸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전날 미리 짐을 다 싸둘걸 하는 후회가 들지만 어찌 보면 다 싸둔 짐을 다시한번 점검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전날 작성한 준비물 목록대로 온갖 짐을 널부러뜨려 놓고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가방에 담는게 더 효율적인 듯도 싶다. 내 성격에도 맞고. 대신 가방 사이즈는 정확히 예측해야 함.
6:40 잠실운동장에서 재욱, 종석, 영은과 만나 바로 춘천으로 고고.
춘천월드레져대회의 한 종목인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기 위하여 대룡산 활공장 도착. 더블캡 포터 짐칸에 타고 아주 손쉽게 정상 부근 이륙장에 도착했으나 발 밑으로 가득찬 운해로 인하여 착륙장이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바람도 뒷바람이라 이륙 불가. 하지만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산에 올라 지리산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운해를 보니 기분이나마 날라갈 것 같다.
하산 후 춘천월드레져대회의 다른 종목들 풋살, 족구, 클라이밍, 수상스키 등 관람. 클라이밍 체험하려 암벽화 들고 갔는데 선수용 루트만 개방해놓고 볼더링 루트는 홀드를 다 뽑아놔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대신 씽씽 잘 나가는 카누 타고 유유히 의암호 물살을 가르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의외로 속도가 빨라 한강에서 타던 카약보다 재미있다.
영양소 채워 넣기
인제에 거주하고 있는 재욱&종석의 친구(나와도 조금 친분이 있긴 한) 은정 부부와 만나 강원대 담벼락 건너 닭갈비집에서 에너지 보충. 심플리티를 추구하는 재욱의 원래 식단 계획은 점심/저녁 닭갈비였지만 한 끼 마구 먹은 이후로 저녁엔 같은걸 못 먹겠더라. 마트에 들러 소고기와 각종 에너지 식품을 구입 후 인제 은정 집 도착. 이후 잠깐 쉬었다가 바로 소고기 먹기 ㅜㅜ
너무 먹었는지 속이 더부룩하여 혼자 인제 읍내를 산책한다. 늦은 점심 닭갈비를 너무 많이 먹었는지 빨간 소스때문인지 폭풍 ㅅㅅ 후 집에 들어와서 잠이 든다. 다음날 새벽 5:30분경 일어나 아침 식사. 빠른 탄수화물 흡수를 위한 빵과 바나나 옥수수 등을 대충 먹은 후 또 한번의 밀어내기. 양념 진한 닭갈비를 많이 먹은게 오히려 다행인지 속을 깨끗하게 비운 느낌이 든다. 짐 챙긴 후 에너지젤리 챙겨 먹고 대회장소로 출발.
마라톤 대회 출발
공기 맑은 시골 산골짜기를 지나 언덕을 넘고 넘어 출발장소 도착. 도착해보니 군부대 연병장에서 출발하는 거였더라 ㅋㅋㅋ 대회 주최자의 환영인사 및 대회 자랑 중 ‘이번 대회는 DMZ 구역에서 펼쳐지며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특색있는 대회라는…’ 비포장??? 가뜩이나 DMZ 구역 두타연 폭포 방향으로 오르막 마라톤인데 게다가 비포장이라니 기록 갱신은 물건너갔구나…
연병장을 두리번 두리번 대면서 긴장을 풀며 군바리들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대회 30분전 오줌싸며 마인드컨트롤. 과연 지난번보다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을까… 오프로드인데다 언덕길인데… 그래도 완주는 하겠지… 재욱이는 첫번째 풀코스 도전인데 완주 할 수 있을까… 대회 출발 전 물컹한 에너지 겔, 딱딱한 에너지 젤리 또 챙겨먹고 드디어 출발이다!!!
먼저 풀코스 재욱이 보내고 하프코스 출발선 가까이에 자리잡고 출발이다. 뒤에 서있는 2:30 페이스메이커 놓치지 않고 꼭 붙어서 뛰어야겠다. 사회자의 출발 구령에 맞춰 출발~ 괜히 앞에서 뛰었나 왠지 지난번 보다 속도가 빠른 느낌이다. 오버페이스로 중도 포기하는건 아니겠지? GPS 시계 사서 속도 좀 맞춰가며 뛸걸 그랬나… 1~1.5km 부분 왠지 무릎이 평소랑 다른 느낌이고 급속히 숨이 가빠온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5km도 못 뛰겠네… 그래도 시작 했는데 뾰족한 수도 없고 그냥 달린다. 3km 부분 평정심을 찾았다. 심박은 아까 그대로 유지가 되고 무릎은 아무 느낌이 없다. 오프로드 웅덩이와 작은 돌이 많은 곳을 피해 평평한 곳을 찾으며 루트를 생성하며 달린다. 페이스가 확실히 첫 하프때보다 빠르다. 그래도 지금 늦추긴 아쉬워 그냥 달린다. 경사가 느껴질 정도의 업힐에서도 걷지 않고 달린다. 평정심와 심박과 허벅지 근육, 무릎 관절에 무리가 쌓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 유지하며 달린다. 8km 이후 10km까지 심적으로 매우 힘들다. 남은 거리가 너무 멀다. 반환점은 보이질 않는다. 드디어 10.5km 반환점을 돌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달린다. 내리막이다. 아까보다 속도가 더 붙는다. 내리막이라 무릎하고 앞 허벅지 근육에 무리가 간다. 그래도 속도를 유지하며 간다. 2:30 페이스메이커 풍선은 출발점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다. 역시 페이스가 빠른건가… 반환점에서 조금 더 가니 페메 풍선을 만났다. 나에게는 유일한 시간 측정 도구인 페메를 보니 지금까지 근심이 사라지고 기록 단축의 기쁨이 솟아오른다.
그러고보니 비가 가끔씩 추적추적 내리고 직사광선이 없어 달리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두타연폭포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도 시원하고 실제로도 계곡물이 온도를 낮춰준다. 길 옆으로 무성한 나무도 온도를 낮춰주고 맑은 공기는 비염을 치료해 주어 콧물 생산을 억제 시켜준다.
물과 초코파이로 허기진 배를 달래며 달린다. 내리막이라 속도가 더 빨라졌지만 그만큼 무릎에 무리가 조금씩 쌓이는 느낌이다. 그래도 속도를 조절 할 순 없다. 그냥 달린다. 골인까지 남은 거리가 휙휙 지나간다. 7km, 6km, 5km 순식간에 지나가고 3km 전에 속도를 붙여본다. 재욱이가 저멀리서 나에게 뛰어오고 있다. 코스 중에 못 마주칠 줄 알았는데 풀코스이면서도 나보다 속도가 빨라 결국 마주치게 되었다. 아싸 이번엔 내가 파이팅을 외쳐줄 차례. 소리높여 닌자!!를 외친다. 다시 반대 방향으로 서로의 앞을 향해 힘껏 멀어져 가지만 같이 달리고 있다는 기분에 즐거워진다. 무릎에 무리가 조금씩 쌓이고 이제 숨이 가빠온다. 그래도 얼마 안 남았다. 2km 남기고 갑자기 허기가 온다. 아까 5km 지점에서 골인이 얼마 안 남아 초코파이를 안 먹은게 후회된다. 한계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며 결국 연병장에 들어와 골인. 멋진 표정으로 멋진 세레머니를 하려 했으나 힘에 부쳐 그냥 세레머니로 만족하며 들어오니 주변 외국인 참가자 들이 파이팅을 외쳐준다.
메달을 받고 간식을 먹으며 몸을 푼다. 출발 세시간 조금 지난 시점부터 한명씩 풀코스 주자가 들어온다. 세시간 삽십분 시점… 왠지 미리부터 친구를 맞을 준비를 해둬야 할 것 같다. 예측을 할 수 없는 놈 ㅋㅋ 맨날 노는 것 같으면서 열심히 준비했겠지. 골인 시점 사진 구도를 잡으며 친구를 기다린다. 10분 20분 기다리자 역시 네시간 조금 지난 시점에 저기 보인다. 처음엔 네시간 삼십분 혹은 중간에 기권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도 했지만 서브4를 할 수도 있을거란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응원 온 친구들과 (실제로 출발시점부터 골인시점까지 전혀 함께하진 않았지만) 점심을 먹고 집으로…
'레져 스포츠 > 달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3.15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 (0) | 2015.04.06 |
---|